재봉틀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늘어난 건 원단보다 부자재였어요.
재단가위와 자, 시침핀, 실부터 패턴과 다리미까지 하나둘 구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재봉틀을 어디에 둘 것인지보다 이 많은 소잉 용품을 어디에 보관할 것인지가 더 고민되더라고요.
그렇다고 별도의 작업실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저는 거실 한쪽에 작은 소잉존을 만들었어요.
재봉틀을 사용하기 편하면서도 작업하지 않을 때는 거실이 어수선해 보이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책상과 트롤리, 네스팅 테이블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오늘은 별도의 소잉룸 없이 거실에 재봉틀 공간을 만든 방법과 원단·부자재를 어떻게 수납하고 있는지 소개해볼게요.
→ 재봉틀 초보 준비물|직접 써보고 정리한 필수 소잉도구
재봉틀을 옷방이 아닌 거실에 둔 이유
처음에는 재봉틀을 옷방에 둘지 거실에 둘지 꽤 오래 고민했어요.
옷방에 두면 사용하지 않을 때 재봉틀이나 부자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간이 좁고 집에서 자주 연습하기에는 조금 답답할 것 같았어요.
결국 이 집에서 가장 넓고 채광이 좋은 거실에 자리를 잡았어요.
제가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기왕 시작한 취미라면 가장 좋은 공간을 사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신 거실은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오픈된 공간이기 때문에 한 가지 원칙을 정했어요.
재봉하지 않을 때는 최대한 일반적인 거실처럼 보이게 할 것.
그래서 책상 위에 소잉 용품을 늘어놓기보다는 작업이 끝나면 대부분 제자리로 들어갈 수 있도록 수납공간부터 정했어요.
소잉존을 만들 때 먼저 정한 세 가지 기준
처음부터 소잉 전용 가구를 새로 구입하지는 않았어요.
재봉틀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게 될지도 몰랐고, 앞으로 원단과 부자재가 얼마나 늘어날지도 예상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우선 집에 있던 가구를 활용하면서 세 가지 기준을 정했어요.
첫째, 재봉틀은 매번 수납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 둘 것.
재봉틀을 사용할 때마다 무거운 본체를 꺼내야 한다면 아무래도 손이 덜 갈 것 같았어요.
둘째, 자주 사용하는 부자재는 앉은 자리에서 꺼낼 수 있게 할 것.
가위나 자 하나를 찾으러 계속 움직이면 작업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사용 빈도에 따라 가까운 곳부터 배치했어요.
셋째, 원단과 부자재의 수납공간을 무한정 늘리지 않을 것.
소잉을 시작하고 보니 예쁜 원단과 부자재가 정말 끝없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ㅎㅎ
그래서 정해둔 수납공간 안에 들어갈 만큼만 가지고 있는 것을 현재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트롤리를 재봉틀 부자재 수납장으로 활용했어요
새로운 수납장을 사는 대신 집에 남아 있던 3단 트롤리를 소잉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작업할 때는 책상 가까이 끌어오고 평소에는 한쪽에 정리해둘 수 있어서 작은 소잉존에 잘 맞았어요.
특히 각 단을 사용 빈도에 따라 나눈 것이 생각보다 편했어요.
트롤리 3층|매일 사용하는 부자재
가장 위쪽은 책상과 높이가 비슷해서 앉은 상태에서도 바로 손이 닿아요.
그래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부자재와 필기도구, 줄자, 문진, 돌돌이, 안경, 작은 쓰레기통 등을 두고 있어요.
작은 물건이 많은 곳이라 트롤리 안에 그대로 넣으면 금방 뒤섞이더라고요.
저는 이케아 SAMLA 상자 인서트로 내부를 나누고 SUNNERSTA 보관용기를 걸어 펜이나 줄자처럼 길이가 있는 물건을 따로 보관하고 있어요.
수납용품을 하나씩 맞춰 구입하기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제품 중 크기가 맞는 것부터 활용했어요.
트롤리 2층|작업 중인 소품과 패턴
두 번째 칸에는 뚜껑이 있는 수납함을 넣고 현재 만들고 있는 소품이나 완성한 작품을 보관하고 있어요.
재봉틀 작업은 하루 만에 끝나지 않을 때가 많은데요.
작업 중인 원단과 부자재를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 않고 한곳에 모아둘 수 있는 임시 작업 보관함을 만들어두니 거실을 정리하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패턴은 무인양품 A4 와이드 파일에 따로 정리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패턴이 몇 장 없어서 그냥 쌓아두었는데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하니 필요한 패턴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작업 중인 것과 패턴을 아예 분리했어요.
트롤리 1층|다리미와 사용 빈도가 낮은 부자재
가장 아래에는 자주 꺼내지 않는 물건을 두고 있어요.
다리미는 더스트백에 넣어 보관하고, 별도의 수납함에는 연습용 자투리 원단과 티단추 기구 등을 작은 파우치에 나눠 넣었어요.
결국 트롤리 전체를
자주 사용 → 작업 중 → 가끔 사용
순서로 위에서 아래로 배치한 셈이에요.
물건 종류보다 실제 사용하는 빈도를 기준으로 위치를 정하니 작업할 때 훨씬 편했어요.
원단과 부자재는 섞지 않고 자리를 나눴어요
소잉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원단과 부자재, 완성한 소품, 현재 만들고 있는 것들이 한곳에 섞여 있었어요.
양이 많지 않을 때는 괜찮았는데 조금씩 늘어나니 오히려 필요한 물건을 찾기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크게
원단 / 자주 쓰는 부자재 / 사용 빈도가 낮은 부자재 / 패턴 / 작업 중인 것 / 완성한 것
정도로 자리를 나눠두고 있어요.
너무 세세하게 분류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어요.
소잉 용품은 작은 물건이 많아서 카테고리를 지나치게 나누면 오히려 정리하는 과정이 번거로워지더라고요.
책상 위는 최대한 비워두고 있어요
소잉존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예요.
재봉틀 작업은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해요.
원단을 펼치고 패턴을 보기도 하고, 중간중간 다림질하거나 부자재를 꺼내놓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평소 책상 위에는 최대한 물건을 올려두지 않으려고 해요.
멀티탭과 재봉틀 발판, 어댑터, 노트북과 휴대폰 충전기는 바구니 하나에 모아두고 필요할 때만 꺼내 사용하고 있어요.
바구니 위에는 제가 재봉틀을 배우면서 처음 만들었던 키친크로스를 덮어두었어요.
전선이 그대로 보이지 않으니 훨씬 깔끔하고, 첫 작품을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는 기분도 좋아요.
이 바구니 외에는 맥북과 마우스, 마우스패드, 조명 정도만 두고 있어요.
덕분에 재봉틀을 하고 싶을 때 책상부터 정리하지 않아도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요.
재봉틀은 네스팅 테이블에 따로 배치했어요
책상 오른쪽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네스팅 테이블 중 가장 큰 사이즈를 두고 재봉틀 전용 자리로 사용하고 있어요.
네스팅 테이블은 크기가 다른 테이블을 겹쳐 사용할 수 있어서 애매하게 남는 공간에 활용하기 좋더라고요.
별도의 재봉틀 책상을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됐고, 나중에 소잉존 위치를 바꾸더라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다만 기존 테이블을 재봉틀용으로 활용한다면 크기만 맞는다고 바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흔들림과 높이를 먼저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재봉틀이 작동할 때 테이블이 흔들리지 않는지, 의자에 앉아 페달을 밟았을 때 팔과 어깨가 불편하지 않은지를 실제로 확인해보는 편이 좋아요.
원단은 재봉틀 테이블 아래에 수납했어요
재봉틀 테이블 아래에는 무인양품 소프트박스를 두고 원단과 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부자재를 보관하고 있어요.
원단은 눈에 보이면 계속 사고 싶어지는 품목 중 하나인데요ㅎㅎ
그래서 저는 현재 이 수납함에 들어갈 정도만 보유하자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어요.
수납공간이 부족할 때마다 새로운 수납함을 추가하면 물건의 양도 함께 늘어날 것 같았거든요.
원단이 많아지면 무조건 수납공간을 늘리기 전에 지금 가지고 있는 원단부터 확인해보는 편이에요.
원단 보관은 습기와 직사광선도 신경 써요
원단은 한 번 구입하면 바로 사용하지 않고 한동안 보관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햇빛이 직접 닿는 곳은 피하고, 습도가 높은 시기에는 수납함 내부 상태도 한 번씩 확인하고 있어요.
여름에는 모아두었던 실리카겔을 몇 개 활용하기도 했어요.
다만 제습제를 사용한다면 원단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보관 중인 원단도 가끔 꺼내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원단이라고 계속 보관만 하기보다는 실제 작품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거실 소잉존은 컬러도 하나의 수납 기준이에요
거실에 소잉존을 만들면서 생각보다 중요했던 게 톤앤매너였어요.
소잉 부자재는 원색이나 다양한 컬러의 제품이 많은데, 모두 밖으로 보이면 거실 한쪽만 유난히 복잡해 보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능이 비슷하다면 제가 좋아하는 컬러의 제품을 선택하고, 알록달록한 작은 부자재는 가능하면 수납함 안에 넣고 있어요.
반대로 파일이나 수납함처럼 면적이 큰 제품은 기존 거실 가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컬러로 선택했고요.
저에게는 수납을 잘하는 것만큼 보이는 물건의 수와 색을 줄이는 것도 오픈된 소잉존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방법이었어요.
소잉존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방법
지금의 공간을 사용하면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건 특별한 수납용품이 아니라 몇 가지 단순한 원칙이었어요.
자주 쓰는 물건은 가장 가까이에 두고, 작업 중인 물건을 넣을 자리를 따로 만들고, 책상 위에는 최소한의 물건만 남기는 것.
그리고 새로운 부자재나 원단을 구입하기 전에 어디에 보관할지도 함께 생각하고 있어요.
정리할 공간이 없는데 물건부터 계속 늘어나면 결국 작업대 위에 쌓이게 되더라고요.
특히 거실처럼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소잉존을 만든다면 ‘얼마나 많이 수납할 수 있는가’보다 작업이 끝난 뒤 얼마나 쉽게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별도 작업실이 없어도 충분했어요
처음에는 제대로 소잉을 하려면 별도의 작업실이나 큰 재봉틀 책상이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작은 공간이라도 재봉틀의 자리를 정하고 자주 사용하는 도구가 가까이에 있으면 충분히 취미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오히려 재봉틀을 항상 꺼내둘 수 있게 된 뒤부터는 생각날 때 바로 앉아서 조금씩 연습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직 배우는 과정이라 앞으로 원단과 부자재가 더 늘어나면 수납 방법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소잉룸을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나에게 맞는 공간으로 조금씩 바꿔가는 방법이 저에게는 잘 맞았어요.
재봉틀을 시작하면서 생긴 저만의 작은 공간.
앞으로도 지금의 수납 범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오래 머물고 싶은 소잉존으로 만들어가려고 해요.